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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필 협회장 “자살은 질병이 아닌 위기의 신호… 일상 속 개입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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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62회 작성일 2025-09-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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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필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 교수는 국내 자살 예방 분야의 대표 전문가이자, 국내 최초로 ‘자살 위기관리 상담’ 전공 과정을 개설하기도 한 선구자다.

“우리는 자살을 지나치게 ‘특별한 사람’의 문제로만 여긴다. 하지만 자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의 결과이다. 더 늦기 전에, 일상 속 위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한다.”

육성필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한국위기심리협회 회장)는 국내 자살 예방 분야의 대표 전문가다. 그는 국내 최초로 ‘자살 위기관리 상담’ 전공 과정을 개설하고, 국방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함께 실천적 자살 예방 시스템을 설계해 왔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정책 자문 활동을 바탕으로, 자살을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위기’로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육 교수는 "자살을 정신질환자의 개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기존 병리 중심의 접근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한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결심하는 상당수는 정신과적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이다. 그는 “고립, 경제적 압박, 관계 단절, 진급 누락 같은 일상 속 위기가 누적될 때 누구든 자살 위험에 놓일 수 있다”며 “진단보다 더 앞선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에 개설한 ‘자살 위기관리 전공’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임상심리학과 정신의학은 자살을 병리적 문제로 접근해왔지만,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실천적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자살은 질병이라기보다 위기의 신호”라며 “사람을 병리화하기 전에, 그가 처한 맥락과 위기 자체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도 적지 않다. 육 교수는 국방부와 함께 병사 및 간부 자살 예방 시스템을 설계한 경험을 들려줬다. 병사와 간부의 자살 원인을 구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집중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 간부가 훈련병의 자살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화를 통해 위기를 막아낸 사례가 있었다. 병사는 “어떻게 내가 죽으려는 걸 알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성과를 냈다. 노인 자살 예방 교육을 받은 상담사가 실제 자살 계획을 세우던 독거노인을 조기에 발견해 구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위기 징후는 훈련된 인력만 있으면 충분히 포착 가능하다”며 “문제는 여전히 이런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살 예방 정책이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현실도 문제로 꼽았다. 한 정부에서 도입한 정책이 다음 정부로 넘어가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일관된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육 교수는 자살 문제를 안정적으로 다룰 ‘대통령 직속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 인력 양성 문제도 시급한 과제다. 그는 “현재 자살 위기 개입에 특화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복지학 전공자라 해도 위기 상황에서의 실질적 개입은 별개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관련 분야의 인증 과정과 수련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도 이제는 정규 교육과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을 활용한 자살 예방 시스템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그는 “자살은 충동성이 매우 강한 위기”라며 “짧게는 5분, 길어야 1시간 이내에 결정되기 때문에 상담을 ‘내일’로 미루면 이미 늦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채팅 앱이나 SNS에서 자살 관련 키워드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근처 정신건강센터나 상담사와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개입 과정에서 상담사가 처벌을 받는 제도적 문제도 지적했다. 실제로 자살 위험이 있는 노인을 구하려고 문을 열고 들어간 상담사가 무단침입 혐의로 신고당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로선 경찰이나 소방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하면 강제 개입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상담사와 위기 대응 인력이 법적 보호 아래 개입할 수 있도록 ‘위기 개입권’과 ‘문 개방 권한’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는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육 교수는 “이날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당신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직접 말하는 것, 그 한마디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꾼다”고 말했다. 자살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정당도, 정권도 아닌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는 그의 지적은 가볍지 않다.

육 교수는 자살을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관심과 개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살은 병든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위기에 빠질 수 있고, 누구든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단 한 사람의 손 내밈을 기다리고 있다.

신성대 기자

출처 : 파이낸스투데이(https://www.fntoday.co.kr)